Escrow 제도 도입 절실하다
글 / 趙源林 (CPA,P&L 코리아 대표)
좋은 제도를 도입하자
좋은 제도가 선진국에 있다면 우리도 배우고 도입해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각종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는 미국의 에스크로 제도이다. 그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적 상거래 시에는 상품과 대금을 맞교환 하거나 대금 전부를 후일에 결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에서만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순서로 부동산 매도자에게 주고 나서야 부동산 소유권이 이전되고 있다. 따라서 계약금, 중도금 심지어는 잔금까지 넘어가고도 나쁜 의도를 가진 매도자는 얼마든지 이중 계약, 부당 대출, 전매 등의 행위를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악덕 매매자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피해가 일어났는가.
반면에 부동산 매입자는 상당액의 자금을 넘기고도 부동산 등기 이전 전까지 마땅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어서 늘 위험과 불안감에 사로 잡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불평등한 부동산 상거래 관행은 미국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에스크로 제도가 정착되어 있기에 위험성을 줄이고 안전하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부동산 매매 시 부동산의 하자 책임,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공과금, 전기세, 수도료, 전화료 등의 분쟁이 부동산을 이전하고 난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부동산 매도자나 매입자 모두에게 귀중한 시간의 낭비와 금전적 피해를 가지고 온다.
Escrow란 무엇인가
Escrow의 어원은 16세기 불란서 말 Escroue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 후 중세 영어의 scroll로 변천 되었으며 원래 말뜻은 "서류로 사용하기 위한 두루마리"라고 한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scroll은 escrow로 변화되었고, 미국 경제 분야에서 escrow의 의미는 "조건 충족을 만족시킨 경우에만 피신탁인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신탁인이 제3자의 신탁 계정에 맡겨지는 돈, 채권, 권리 증서 혹은 재산(부동산)"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를 좀더 풀어 설명하자면, 부동산 거래나 일반 사업 거래에 있어서 거래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모든 거래 조건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한 거래 당사자로부터 상대 거래 당사자에게 넘겨지기 위한 자금의 입금 행위, 권리 증서 혹은 기타 증서를 맡기는 행위가 되겠다. 사는 사람이든 파는 사람이든 혹은 돈을 꾸는 사람이든 빌려주는 사람이든, 사업 거래 시에 누구든지 모든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어떠한 돈이나 재산(부동산, 상품 등)이 완전히 교환되거나 거래가 종료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독립된 입장 (제3자적 위치)에 서 있는 에스크로 책임자 (미국에선 Escrow holder, Escrow officer, Escrow agent등의 이름으로 부른다.)가 이 거래의 완전성을 보장하고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개입하게 된다.
우선 부동산을 파는 사람은 부동산 권리 증서(Grant Deed)를 에스크로 책임자에게 맡기고, 부동산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구입 부동산 자금 전부를 에스크로 책임자에게 맡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에스크로 책임자는 거래 당사자들로부터 모든 권리(파는 사람)와 자금(사는 사람)을 완전히 그의 수중에 가지고 있게 된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 조건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에 의해서 완전히 충족되는 시점에서만 자금을 파는 사람에게 건네줌과 동시에 부동산 권리 증서를 사는 사람에게 넘겨 주게 된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는 안전하게 종료하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Escrow 관련 법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에스크로 관련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에 관련된 법은 California Financial Code의 Division 6에 규정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Section 17000부터 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주내에서 에스크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스크로 대리인, Escrow agent)은 에스크로 법(Escrow Law)의 저촉을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에스크로 대리인은 금전을 신탁위임 받는 행위나 권리 증서를 양도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에스크로 대리인 (Escrow agent)이 된다"고 규정되어 있음. 그리고 이 에스크로 대리인은 반드시 캘리포니아 주법에 의하여 자격을 획득하여야 한다.
이 법에 규정하고 있는 Escrow agent의 자격 요건을 살펴보자. 다음과 같이 엄격하고도 까다롭게 자격 요건을 규정해 놓고 있다. a) 가입비 (US $ 425.00) b) EAFC (Escrow Agent's Fidelity Corporation)에 가입 의무 c) 신용 보험 (Escrow 회사의 종업원에 의한 불성실 행위 혹은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사용자의 손실 보전용) d) 최소 재무 능력 (대차대조표 상 순자산 US $ 75,000이상) e) 이행 보증 보험 (최소 $25,000 이상) f) 신원 조사 (Escrow 회사의 주주, 임원, 경영진, 종업원들은 신원 조사를 통과해야 함. 즉 위에 열거된 개인들의 민형사 기록을 조사하여 사기, 횡령, 고객의 재산 유용 등의 죄가 발견되면 자격 신청 취소된다. 그리고 위의 개개인은 반드시 지문을 제출하여야 한다.) g) 최소 경력 (허가된 에스크로 회사에서 최소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h) 서명 날인된 진술서 (캘리포니아 주의 에스크로 관련법을 숙지하고 이해하였다는 진술서에 날인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i) 교육이수(주 정부에서 주관하는 에스크로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하여야 한다.)
에스크로가 어떻게 운용 되어 지는가
에스크로 행위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다음과 같다. 즉, 부동산 매도자, 부동산 매입자, 부동산 자금 대출자(일반적으로 은행이 된다), 부동산 자금 차용인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입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거래 조건(escrow instruction이라고 함)을 문서로 작성하여 에스크로 대리인에게 전달한다. 혹시 부동산 중개인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가 부동산 판매자와 구입자의 거래 조건을 Escrow agent에게 전달하기도 할 수도 있다.
독립적 위치에 있는 에스크로 대리인은 에스크로 거래 조건 (escrow instruction)에 따라서 에스크로 행위를 시작한다. 그리고 에스크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에스크로 행위는 "종료(closed)"된다. 부동산 거래 조건이 거래 시 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에스크로 행위 및 절차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매번 똑같을 수는 없다.
Escrow의 시작과 종료 Flow chart
에스크로 진행 서류 준비 (거래조건을 중심으로)
(매도자, 매입자로부터 서명 받음) - (소유권 확인, 은행 융자 신청) - (등기 서류 받음, 융자 신청서 작성) - (기타 근저당, 가압류 해제 조건 조사, 은행으로부터 융자 결정 취득) - (근저당, 가압류 해제 조건 작성, 은행에 대출 계약서 요구) -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검토 후 매매 당사자들로부터 서명 날인 받을 준비) - (매매 당사자들로부터 서명 날인 받음) - (등기 이전 회사로 서류 넘김,구매자로부터 일부 자금 받음) - (은행에 부동산 융자 자금 신청) - (은행으로부터 부동산 융자 자금 입금) - (등기이전 회사에게 부동산 등기 신청 요구) - (모든 서류 종결종결 서류 준비 판매대금 지불각종 비용 정산) -(이해 당사자(매도자, 매수자, 은행)모두에게 종결 서류 전달)
에스크로 제도의 도입 계획
부동산 거래 시, 안전한 매매를 위한 에스크로 제도가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는 에스크로 관련법이나 제도가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부동산 거래 시시에 이를 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에스크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내의 부동산과 관련이 있는 위원회나 정부 관련 부처에서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 이 제도에 관련된 자격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엄격하고 까다롭게 규정하여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만을 에스크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부동산 매매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부동산 관련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기만 하다. 미국 에스크로 제도의 원리를 국내의 현실에 맞추어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이 제도를 통하여 첫째, 선의의 피해자들을 줄임으로서 각종 불행을 사전에 막을 수가 있고, 둘째, 각종 부동산 사기 사건을 줄일 수 있으므로 귀중한 국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셋째, 거래 절차의 투명성, 안전성의 향상을 통하여 경제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고, 넷째, 이 제도는 부동산 거래뿐만 아니라, 요즘 인터넷 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전자 상거래시의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