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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딜레마] 키울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okpojung 2005. 8. 16. 10:12
[이코노믹리뷰] 2005-08-01 09:11
관광공사 주도로 추진 중인 카지노 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한무컨벤션이 돌연 사업자에서 탈락한데 이어 카지노 사업에 대한 증명되지 못한 사업성, 사행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의 역풍을 맞고 있다. 한국의 카지노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짚어 봤다.

카지노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관광공사가 한무컨벤션(한무)과 강남 카지노 영업장 임대차 가계약을 취소한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14일 강남 영업장 개설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서류를 검토한 결과 임대건물 일람표에 기재한 저당권 설정금액(535억원)이 등기부등본상 금액(1530억원)보다 995억원 작은 것을 발견, 계약위반 사유라며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즉시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흘러 나왔다. 사업자 선정 작업을 끝낸 지 7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오류를 발견한 점이나 이것이 계약 해지를 할 만큼 심각한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무가 그전에 수많은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에 관광공사가 당시에 심사 서류를 대충 보고 넘어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무는 2001년 이미 최고급 카지노 시설을 들여오기 위해 수백억 원 투자계획을 세워 사전 낙점설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연계설의 중심에 있었다.

관광공사가 구설수에 오른 한무의 서류를 대충 보고 넘어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지노 사업장 선정, 해지 배경 둘러싸고 의혹 증폭 = 한무 선정 당시 나타났던 의혹만큼 이번 계약 해지 결과를 놓고도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지노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의 로비설.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가 될 한무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인 이익을 볼 곳이 결국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파라다이스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일축한다.

이미 정부의 정책방향과 카지노 시장의 경쟁상황을 대비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태도다.

임명해 파라다이스 홍보팀장은 “최근 관광객이 줄면서 카지노 시장이 정체된 상황이어서 경쟁자가 생길 경우 수익성 악화 등을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서울에 두개의 카지노가 새로 생길 것을 염두에 두고 경쟁상황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의 사업역량의 한계 때문에 스스로 한무의 손을 놔버렸다는 분석도 있다. 관광공사의 사업비 예산이 530억원에 불과한데 카지노 하나를 설립하려면 150억~200억원 정도나 소요된다. 관광공사가 동시에 세 개씩 추진하기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물론 관광공사 측에선 말도 안된다고 해명한다. 관광공사 예산과 카지노 사업 자금은 따로 분리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관광공사 카지노설립위원회 안덕수 팀장은 “공사 예산이 아니라 다음달(8월) 설립될 자회사를 통해 별도로 자금을 은행권에서 차입해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지만 관광공사의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논리다.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3개 신규 카지노 사업장 선정 관련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 안을 19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카지노 사업자 선정을 서둘러 밀어붙인 과정, 졸속으로 선정했다가 해지한 이유 등을 다시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감사청구권에 발의한 천영세 민노당 의원은 “한무컨벤션 파문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며 “사업자 선정의 졸속성을 반증하는 사례로 당시 허가된 나머지 두 곳의 신규 카지노 허가도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카지노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 다시금 카지노 사업을 정부가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 등을 놓고 논란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시작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작년 9월 3일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서울에 두 곳, 부산에 한 곳씩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을 허용 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작년 9월 21일엔 건설교통부가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법) 마련계획을 발표해 “관광레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5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사업자에게 카지노 운영을 허용하겠다”고 발표, 전국에 ‘카지노 코리아’ 열풍을 예고했다.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정부가 마지막으로 허용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1998년 관광진흥법이 통과됐고, 2000년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이 “외국인 카지노를 추가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의 반대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던 중 정동채 장관이 다시 카지노 추가 개설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지노 추가 설립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카지노를 신규로 설립하면 관광 수지 개선은 물론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는 주장이다. 그 동안 국내 카지노 시장을 50% 이상 점유했던 파라다이스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있게 들렸다.

그러나 정부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정부의 생각대로 되려면 카지노 사업이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문광부가 신규 카지노 효과로 1억5000만달러를 기대한다고 했으나, 기존의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3년 간 평균 가동률은 3.8%에 불과하다. 수익을 내는 사업장은 서울과 부산, 단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자체 등 너도나도 원하지만 사업성은 ‘글쎄’ = 카지노 사업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나타내자 지자체들도 갑자기 너도나도 카지노를 열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가 추진 중인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이른바 ‘J프로젝트’의 중심에 카지노가 놓여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최근 “J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카지노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J프로젝트는 지난 7월 8일 기업도시로 확정되지 못하고 심사가 한 달 뒤로 연기된 상태.

전라남도 투자유치팀 관계자는 “전남과 태안군은 환경분야에 대해 추가적인 보완 조치를 하고 한 달 이후인 8월 초 심의를 다시 해서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간단히 요구조건에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업도시로 선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최근 만들어진 카지노 신규 허가에 관한 법은 5개나 된다. 기업도시법에 따라 관광 레저 도시를 준비하는 곳은 모두 설립 가능하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 관광사업에 5억달러 이상 투자할 경우에도 카지노 설립이 가능하다. 또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강원랜드 관련법, 인천신도시관련특별법 등 특별법을 통해서도 카지노 설립이 이뤄질 수 있다. 지자체별로 사업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박산업으로 알려진 카지노를 너도나도 신청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화관광부 담당자는 “정부가 앞으로 허가해 줄 카지노 수의 총량을 정한 것은 아니다”며 “관련법에 따라 타당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 추가적으로 허용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대학교 관광학부 한범수 교수는 “전국에 카지노를 원하는 지자체는 인천, 강원도, 전라도 등지에 20여 개 이상은 될 것”이라며 “사업성 차원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카지노 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의심된다는 것. 대표적으로 J프로젝트의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꽤 된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J프로젝트 같은 경우 외국인들이 얼마나 올 것인가에 대해서 염려스럽다”면서 “중국과의 길이 따로 뚫린다든지 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주로 카지노가 8개나 난립하면서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 제주도를 언급한다. 무차별적으로 카지노를 열도록 해 모두 자멸할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제주도처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전라도, 강원도 등에서 연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거기까지 찾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카지노의 사업성은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내국인 출입 허용 노림수? = 전문가들은 특히 지자체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언젠가는 내국인용으로 확대될 것을 염두에 두고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범수 교수는 “제주도의 8개 카지노장은 사실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사업권을 반납하지 않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들도 결국 내국인 출입 허용으로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최근 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카지노 사업에 대해서 강원랜드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결국 내국인용으로 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자체가 카지노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해도 사회·문화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범수 교수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허용할 경우 폭발력이 엄청나 시민단체는 물론 강원랜드 등 기존 업계의 역풍도 엄청날 것”이라며 “게임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한참동안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충기 교수는 “내국인 카지노가 가능하려면 도박 중독 비율이 낮아지고, 호주처럼 문화적으로 카지노를 즐길 줄 아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며, 발생 가능한 도박중독 문제 등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나서지도 못하고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결국 정부와 관광공사, 그리고 지자체는 카지노 사업을 키워 각종 기금을 마련하고, 그 동안 자리잡았던 카지노 시장의 독점적 폐해를 해결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사업성에 대한 우려, 공공기관이 카지노 사업을 주도한다는 부정적 여론 등에 밀려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관광공사의 경우 이번 카지노 업체 선정과정 등을 통해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됐으며, 앞으로도 계속 공기업으로서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는 위험요소도 많다.

한범수 교수는 “관광공사는 관광을 진흥하는 곳인데 사행사업인 카지노 사업을 주도한다는 이미지가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가정했다.

손봉숙 의원은 “공기업에 카지노 사업을 맡긴 것은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카지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은 결국 중국과 일본의 VIP들일 텐데, 이 두 나라 모두 카지노가 불법이어서 사실상 한국의 공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카지노를 유치하고 있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지노 기금은 대북지원용?

관광진흥기금으로 대북지원할 수도

급작스런 카지노 사업 추진의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동채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임명장을 받으면서 우선적 과제로 복합레저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외국인 카지노를 확대하는 데 노력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던 것.

대통령과 정부가 왜 아직 사업성이 불투명한 카지노 사업을 적극 밀어붙이게 된 것일까를 두고 다시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졌다.

설득력 있는 해석은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협력 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정부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계획 및 부진한 관광사업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카지노 사업을 허가한 이유에 대해 정동채 장관에게 질의를 했을 때, 외화획득 창출이라는 답변과 함께, 공공사업 기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공공사업의 내용은 대북사업이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광공사의 기금 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2004년 카지노 사업자 부담금은 1013억원, 2005년에는 1111억원이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전입된다.

손 의원 측은 이 자금이 대북사업 지원용으로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는 것. 실제로 관광공사는 2001년 6월 현대아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을 북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카지노 사업을 통해 대북사업 등 각종 관광진흥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추진했다는 논리다.

박일한 기자(ilhan@ermedia.net)